스키 사고를 당하고, 또 사고를냈다. 뉴브라보에서 패러랠 연습 중이었는데 초등학교 여자 아이가 뒤에서 달려 들어서 둘이 같이 넘어졌다. 그 바람에 내 스키 중 스토퍼가 고장난 놈이 베이스 쪽으로 무한질주를 하다가 어떤 사람 정강이를 찍었다.
나랑 부딪친 아이는 괜찮은 것 같고, 나도 괜찮은 것 같아서 정강이 찍힌 사람한테 갔더니 그 사람 정강이가 새끼 손톱만큼 찢어져서 피가 많이 흘렀다. 결국 의무실에 갔고, 지혈을 한 다음에 원주 병원으로 나가기로 했다. 보험이 있어서 치료비는 보험으로 되는데, 원주까지 교통비, 옷 수선비와 세탁비를 10만원 정도를 요구했다. 나도 어느 정도는 보상해 줄 생각이었지만 좀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7만원으로 깎았다. 나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니까.... 아닌게 아니라 그 사람 보내고 난 뒤에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보니까 나도 무릎 옆 쪽이 찢어졌다. 꿰맬 정도는 아니지만 통증은 계속 있었다.
갑작스런 사고라서 기분이 찜찜했고, 나도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되버린 것이 억울했다. 생돈 날린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아이 잡아다가 내 무릎 찢어지고, 그 사람 정강이 찢어졌다고 부모님께 연락하기도 번거로울 것 같았다. 부모가 어떤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말이 많아지면 복잡해지니까 말이다. 아무튼 애가 미워진 것은 사실이다. 오늘따라 애들이 직활강을 하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애 연락처라도 받아놓지 않은 것과 따끔하게 혼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기는 했다.
그나마 그 사람이 보험 처리가 된다는 것이 다행스러웠고, 일이 복잡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고, 내 부상이 현재까지는 전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앞으로 그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도 거기 거의 상주하는 사람인데 자주 볼 것 같은데, 어떻게 슬로프를 나갈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