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8시에 애들 깨웠다. 애들은 대략 5시 정도에 잠든 것 같았다. 9시부터 김밥 말아서 10시 정도에 먹었고, 11시 정도에 정리해서 11시 30분에 나왔다. 그리고 12시 35분 셔틀을 타고 양평 터미널에 도착했고, 1시 15분 차를 타고 2시 5분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는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종례 바로 하고 종합운동장에 2시 30분까지 가서 성우행 셔틀을 탔다. 내일 하이원 가기 위해서는 스키를 가져와야 하니까. 결국 성우에 4시 20분에 도착했고, 곤돌라 한 번 타고 5시 10분 차 타고 서울에 왔다. 하루종일 버스만 탄 느낌이었다.
졸업 여행을 정리해 보면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왔다 갔다 한 줄타기와 같았다. 술을 마신 것과 남녀가 혼숙을 한 것, 작게는 라이터를 소지한 것 등이 그런 것이다. 그럼 이것들을 교사는 어떻게 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할까?
먼저 아이들에게 내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크게 터치하지 않은 이유를 알려주었다. 내가 크게 터치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믿음이 있었고, 둘째 통제할 수 있는 인원과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을 얘기했다. 중3 정도의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이런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이지만 통제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그 다음에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좋은 느낌일 수도 있고, 나쁜 느낌일 수도 있을텐데 그런경험들을 해 보면서 느껴보고 판단하는 것도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런 경험들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는 것도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비밀 유지를 얘기했다.
"우리가 한 일이 우리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나름의 정당성이지 객관적인 정당성은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유지 기간은 1년, 1년 이내에 얘기가 떠돈다면 이 일은 사건이 되지만, 그 이후에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것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사건이 될 수도 있고, 추억이 될 수도 있으므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아이들은 제대로 알아 들은 듯 했다.
졸업여행 몸만 와서 애들 놀게 내버려 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애들이 놀 줄 알고, 생각이 있어서 생각보다 편했다. 이런 애들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