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마음 잡기
자전거로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은 후에 자여사를 통해서 경험을 쌓고 올 여름은 무조건 전국일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주도도 갔다오고, 영월도 갔다 오고, 강화도도 갔다 왔다. 여럿이서 혹은 혼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전국일주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느껴졌다.
1. 계획 짜기
전국일주 코스는 크게 서해안-남해안-동해안-서울로 오는 코스를 잡았다. 동해안을 먼저 돌면 해안선을 왼쪽에 놓고 돌게 되므로 경치를 보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잡았다.
코스를 잡으면서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들을 먼저 정하고, 그 곳들을 연결해보면서1/500,000 교통행정도를 벽에이용하여 100km 내외의 거리들을 짚어가면서 일정을 짰다.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들로 대천해수욕장, 변산반도, 담양,해남(땅끝), 보길도, 보성차밭, 통영, 호미곶을 골랐다. 이 곳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하는 곳들이었다. 주로 남도 지방을 중심으로 일정을 잡았고, 이동거리에 여유가 있으면 2-3곳, 여유 없으면 1-2곳 정도 방문할 수 있게 계획했다. 나머지 지역은 라이딩 중심으로 지나가면서 경치를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관광지마다 다 들를 수는 없다.
경유지들을 잡은 후 도로교통지도를 보고 세부 경로를 짰다. 어떤 국도를 따라 갈 것인지, 어느 갈림길에서 갈라질 것인지, 관광지의 경우 어떻게 빠져 나갈 것인지, 대도시를 들어가고 나올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도를 통해 그려보았다. 배를 이용할 경우에는 배 시간표와 요금, 선박회사 전화번호를 사전에 준비했다.
그렇게 일정을 짜니까 24일이 나왔다. 계획 중에 자여사의 해남(땅끝) 번개가 나와서 나의 계획과 하루 차이가 나길래 대전에 하루 들르는 것을 채워서 해남(땅끝) 번개와 일정을 맞추었다. 여행이 지루할 즈음에 자여사 사람들을 만나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맞추었다.
그 다음에 예산을 짰다. 식비 5000원*3식=15000원, 찜질방 10000원, 간식 2000원으로 하루에 기본27000원으로 하여 24일간 648000원을 쓰고, 기타 입장료 배삯 등을 포함하여 750000원을 잡았다. 자전거 여행 치고는 비용이 많은 느낌이 있었지만 일부러 고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예산을 줄이려면 야영을 하며 취사를 하고, 관광을 줄이고 일정을 줄여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커서 내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해서 예산을 잡았다. 식비와 찜질방비를 넉넉하게 잡았기 때문에 예산이 남았으면 남았지 초과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많이 남았다.
2. 길벗 구하기
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같이 가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장거리이기 때문에 나에게 생길 안전과 관련한 일들에 대비와 서로 의지하는 심리적 안정, 여러가지 상황에서 판단의 도움,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사진 찍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자여사에 길벗을 구한다는 글을 계획과 함께 올렸고, 여러 사람들과 접촉을 했으나 예산 문제에서 동행할 수 없었다. 20대 청년들한테 750000원의 여행 경비는 무리한 액수였다. 그러다 박영종님으로부터 메일이 왔고, 별다른 이견없이 같이 가게 되었다. 나보다 4살이 많다고 했지만 등산을 통해서 체력적인 문제는 없고, 자전거 기술적인 문제로 언덕 오르기에 자신이 없다고 하셨다. 그런 것들은 준비기간의 연습으로 극복하기로 하고 함께 하기로 했다.
3. 준비물들
출발을 앞두고 준비물들을 준비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구입한 것은 몇 가지없고, 틈틈히 다니면서 쓰던 것들을 모아보았다.
3.1 자전거 관련: 자전거, 헬멧, 고글, 휴대용공구, 반장갑, 자물쇠(2개), 전기테이프, 타이어주걱, 예비튜브, 펑크패치, 라이트(앞뒤), 보온병
자물쇠는 4관절 자물쇠와 열쇠 자물쇠를 두 개를 준비했고, 4관절 자물쇠는 찜질방에 묵을 때에만 사용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물통을보온병으로 사용했다. 아침에 얼음을 얻어서 넣어두면 오후 5시까지 물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얼음이 없어도 물 자체가 시원하면 식지 않고 시원하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 라이딩 후 휴식할 때 미지근한 물을 단 한 번도 마시지 않고 상쾌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용량은 500ml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주유소 등지에 들릴 때마다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너무 클 필요는 없었다.
3.2 의류: 져지(2벌), 자여사T(1벌), 반쫄바지(2벌), 팔토시(2켤레), 트렉킹 샌들, 방풍쟈켓, 버프(2장), 양말(3켤레), 속옷(3벌), 비옷, 반바지(1벌), 민소매T(1벌), 모자, 머리수건(2장), 우산
의류는 기능성 의류를 준비하여 세탁후 금방 마를 수 있게 하였고, 신발은 트렉킹 샌들 하나로 충분했다. 통풍 가능하면서 자전거, 걷기, 산행, 물 젖은 곳 등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버프는 2장 가져갔는데, 1장은 분실해서 2장 가져가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양말은 샌들을 신었기 때문에 신지도 않았고, 방풍쟈켓도 입지 않았다. 비 오면 비옷 입고 체온을 보온했다. 방풍 쟈켓은 바람에 대해서 체온 유지만 가능하고 비에 대해서는 체온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비옷을 주로 입었다.
3.3 기록: 소형노트, 필기구, 디카, 디카충전지(4개), 충전기, 핸드폰, 핸드폰 밧데리, 핸드폰 충전기, 지도(1/500000, 1/180000), USB 케이블, 시계
3.4 세면도구: 수건, 비누, 치약, 칫솔, 면도기, 휴지, 로션, 선크림, 빨래비누, 손톱깎이
핸드폰은 주행 중에는 꺼놓고, 밥 먹을 때에만 잠깐 켜놓았다. 여행과 핸드폰은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디카든 핸드폰이든 충전은 찜질방에서 했다. 그냥 콘센트에 밤새 꽂아두었다. 분실 가능성은 있지만 분실하지는 않았다. 오다 가다 조금만 신경쓰면 된다. 지도는 2개 가져갔는데, 전국이 한 장에 나와있는 지도(1/500000)는 보지 않고, 책으로 자세히 나와있는 지도(1/180000)를 주로 보았다. 한 장짜리 지도는 계획 짤 때에만 필요했고, 주행 중에는 책으로 된 지도가 더 유용했다.
선크림(70ml)은 하나 다 쓰고, 두 개째 썼다.부산 방문할 때 창이님이 선물로 주신 선크림으로 잘 쓰면서 왔다.얼굴은 버프로 가리고, 팔은 팔토시로 가리고, 다리만 선크림을 발랐는데 그만큼 사용한 것이다. 얼굴과 팔까지 바르면 더 많이 쓸 것이다. 빨래비누를 준비해서 가져갔지만 찜질방에서 그냥 비누 갖고 빨래했다. 손톱깎이는 찜질방에 있기 때문에 쓰지 않았다.
3.5 가방: 패니어, 비닐지퍼백, 소형허리백, 응급킷, 중소형카메라가방
모든 물건은 비닐지퍼백에 넣어서 방수에 대비했다. 패니어 자체가 방수라서 문제는 없었지만 일단 대비는 했다.져지를 입을 때 주머니가 있기 때문에 소형허리백은 사용하지 않았다. 중소형카메라가방에 일상 필수품들을 넣었다. 지갑, 카메라, 선크림, 고글, 열쇠, 핸드폰, 소형노트, 계획표, 휴지, 응급킷을 넣고 다녔다. 응급킷은 밴드만 썼다. 중소형카메라가방은 고리로 패니어에 탈부착 가능하게 하였다.
3.6 머리 스타일: 스포츠형
여행 전날 머리를 스포츠로 짧게 잘랐다. 더운데 머리 길면 불편할 것 같아서이고, 쉬다가 수돗가 있으면 바로 머리 감을 수도 있다. 원래는 삭발을 할 생각이었는데, 어머님께서 전국일주 보내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판에 머리까지 삭발하면 심난할 것 같다면서 얼굴을 찌푸리셔서 그냥 스포츠형으로만 잘랐다. 아무튼 머리가 짧아서 편하게 다녔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진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