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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3] 헌법의 풍경: 헌법의 가치 실현을 위하여
    행간의 접속/사회 2016. 7. 25. 10:22

    책이름: 헌법의 풍경

    곁이름: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지은이: 김두식

    펴낸곳: 교양인

    펴낸때: 2004.06


    법학자 김두식의 책이다. 헌법과 법조계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얘기하면서 우리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책으로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었는데, 사실 지금 읽은 이 책이 먼저 나온 책이다. 그렇게 봤을 때 지금의 이 책은 좀더 일반론적인 얘기들을 전하고 있고, 나중에 나온 책들은 좀더 구체적인 얘기들을 다루고 있는 느낌이다.


    인상적인 내용들을 좀 골라봤는데, 첫번째는 법관들이 법률적인 논리보다는 직관에 따라 판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이런 경우 의외로 논리보다는 직관에 의존하게 됩니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뿐만 아니라 일반 법원의 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 기록을 모두 읽고 나면 직관적으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지 판단이 서게 되는데 여기에는 법리보다는 오히려 판사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됩니다. 논리는 그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린 후, 나중에 자신의 결론에 합당한 논리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모든 판결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쟁이 격화되어 있을수록 판결의 방향은 이런 식으로 잡히기 쉽습니다.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던 사실이다. 법관들이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니... 그렇다면 그들의 가치관이 얼마나 제대로 박혀 있느냐가 문제인데, 특권과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의 가치관과 다를 가능성이 많은데,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 다음에 군법무관 훈련 받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뭐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얼차려를 거부한다든지, 면회 때 술병을 반입한다든지, 그게 적발되자 오히려 단식투쟁에 나섰다든지, 그래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모두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시겠지요. 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놀라울 정도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초반부터 누가 더 강자인지를 확실히 보여줬고 일단 관계가 정리된 후부터는 모든 것이 수월했습니다.


    일반 군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는데, 군법무관들이 나중에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고, 그들의 선후배가 모두 그런 자리에 있으므로 군대에서도 함부로 하지 않아서 개판으로 훈련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요새 예비군 훈련도 빡세다고 하는데, 군법무관도 군인은 군인인데, 현역 군인의 훈련이 이정도라는 것은 정말 예비군만도 못한 것이 된다. 이것도 정말 상상도 못했다.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진술거부관에 대한 얘기를 해준다.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는 것은 검찰의 요청에 의한 것이므로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출석에 응하더라도 진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진술을 하다가도 검찰이나 경찰이 험하게 하면 그냥 나와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구속영장이 집행되는 것도 아니므로.... 그렇다면 정말 죄를 지었다면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반성하고, 죄값을 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경우에도 진술거부권을 쓰면 안되지 않나? 이에 대한 대답도 하고 있다.


    법원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법원은 자백한 사람은 '충분히 반성한 사람'으로,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도 정신 못차린 사람'으로 단정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자백과 반성의 정도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선입견입니다. 순전히 관대한 처벌을 받겠다는 계산으로 자백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억울한 마음 때문에 끝까지 자백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근거 없는 선입견의 바탕에는 '개전의 정' 운운하면서도 실제로는 자백 유도를 통해서 보다 편하고 신속한 재판을 하겠다는 법원 편의주의적 발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법원, 검찰의 태도 때문에 사실은 억울하면서도 대충 범행을 자백하고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난 뒤, 사법체계 자체에 대해 신뢰를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조금 편한 길을 가겠다는 자백 위주의 사고가 결국 사법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자백 없이도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로 범행을 입증하고,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선고를 내리면 된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수사를 못한다면 그건 검찰이 능력이 없는 것이고, 따라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 자백했으면 반성하는 것이고, 자백하지 않으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정말 신선한 생각이다.


    결국 지은이의 얘기는 헌법의 가치가 실현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여러 문제가 발생되고 있으므로 헌법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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