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여행
[책 49] 해남 가는 길: 아들과 도보여행
뚝샘
2009. 6. 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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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과 아버지의 도보여행을 담은 글이다. 출발지는 서울, 목적지는 땅끝. 8박 9일 간의 일정과 느낌들이 하루 단위로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도보여행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차는 단 한 번도 안 탄 것은 아니다. 목적지까지 너무 늦어지게 되면 중간중간에 버스도 이용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도보여행을 한다고 하면 여행의 제안을 아버지가 했을 것 같은데, 이 책의 부자는 아들이 했다. 고2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어느날 식사 자리에서 아들이 도보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는 안 된다고 한다. 아들은 부모를 설득한다.
고3이 되면 공부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체력 싸움이 근본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체력이 밑받침되지 않는데 끈질기게 버티면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겠어? 그래서 국토순례를 하면서 체력도 다지고, 내 앞날도 생각해 보고 그럴 작정이야.부모는 그래도 반대한다. 국토순례는 대학 가서 좀더 마음 편하게 하라고. 아들은 듣지 않는다. 그러다 아버지는 어떤 친구랑 갈거냐 묻는다. 그랬더니 아들이 대답한다. 아빠랑. 아버지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기특해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떠나게 된다. 아들 놈 기특하다.
그래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훈련을 하면서 여행 준비를 한다. 그리고 12월 31일 떠난다.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꿋꿋히 간다. 마땅한 숙소를 잡지 못해 30분을 길에서 허비하기도 하고, 배고파서 서로 짜증 내기도 하고, 겨울 바람에 손발이 꽁꽁 얼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아버지는 소설도 쓰고 동화도 쓰기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서 아들에게 지나는 지역이나 지역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해주기도 한다. 아들은 지루해 하기도 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도 한다. 비인에서는 소리꾼 김창진 이야기, 대흥사에서는 추사 김정희 이야기 등.
책은 아버지가 써서 아버지 입장이지만 부록에 아들이 쓴 짧은 소감문이 있어서 아들의 생각도 볼 수 있다. 아들은 일정별로 쓰지 않고, 걷는 동아, 쉬는 동안, 만난 사람들, 먹은 음식들, 아버지와의 시간들과 같이 내용별로 써서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다른 여행기들과 다른 점이 있는데, 사진이 하나도 없고, 그림이 있다. 사진이 별로 없어서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제시된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중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