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사회

[책 18]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다 함께...

뚝샘 2009. 2. 16. 07:00
나쁜 사마리아인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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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한테 경제 문제는 어렵다. 용어도 어렵고, 개념도 어렵고... 더군다나 거시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상품과 자본이 움직인다는 데 너무 커서 보이지는 않고, 그런데도 그 변화 과정에서 각종 추이나 양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그러니 뉴스 속의 경제는 중요한 것 같은데,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 되고 만다.

장하준 교수의 이 책은 그런 상황들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려고 나온 책이다. 거기다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그러나 솔직히 아주 쉽지는 않더라. 머리 좀 써야 하고, 공부 좀 해야지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신자유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은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WTO이다. 이들은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면서 그들의 경제 체제를 세계 경제에 맞도록 개조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 장교수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가령 내가 은행 대출을 받아 공장을 확장하고자 하는 중소 기업 사장이라고 하자. 은행의 담당 직원이 채무의 변제와 관련하여 일방적으로 조건을 부과한다 해도 그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나에게 기름진 식사를 하면 건강이 나빠져 빚을 갚을 능력이 줄어드니 지방 섭취를 줄이라는 조건을 내세운다면, 그건 가당찮은 간섭이다. 물론 몹시 암담한 상황이라는 나는 자존심을 버리고 이런 터무니없는 조건에도 동의할 것이다.
정말 기막힌 비유이다. 실제로 이런 터무니없는 일들이 세계 경제에서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것이다. 관세나 보조금이나 외국인 투자 규제, 국영 기업 운영 등과 같은 정부의 간섭 없이 정정당당하게(?) 시장에 맡겨서 능력 있는 세력이 부를 축적하자고 말한다. 이것에 대한 비유도 있다.
이것은 마치 여섯 살 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보고, 성공한 어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 살 먹은 그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다.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지적소유권에 대한 얘기도 한다. 지적 소유권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낸 사람들들을 격려할 필요성에서 생겨났지만 이로 인해서 문제도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지식을 독점함으로써 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들을 사용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돈이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장교수는 여기에 대해서 지나친 지식의 독점은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외국 자본 규제, 국영화, 재정 건전성, 부패와 경제 발전, 민족성과 경제 발전 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으로 신자유주의보다는 약간의 보호주의를 통해서 개발도상국이 함께 발전하면 시장이 확대되어 선진국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가 계속 이대로 나가게 되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닥이 나서 결국 선진국들도 쇠퇴하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그리고, 그들도 이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무한 경쟁이라고 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에 어떻게든 자리 잡으려고 하는데, 제발 좀 정신 차리고 다 함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현실 너무 차갑고 너무 야만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