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책 8] 스토리: 흥행하는 글쓰기: 시나리오 쓰는 법이 궁금해

뚝샘 2025. 4. 13. 21:50

책이름: 스토리: 흥행하는 글쓰기
곁이름: 21세기 한국 영화들로 파헤친 시나리오 작법
지은이: 오기환
펴낸곳: 시공사
펴낸때: 2020. 10.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 쓰는 법에 대해서 아주 상세히 쓴 책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직접 집필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아야 하는 것을 거의 모두 알려준 것 같다. 나야 시나리오를 쓸 생각은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분석을 한다고 하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대학 때 노래극 공연 대본을 쓴다든가 연극 대본을 쓸 일이 있었는데 그 때에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적용했으면 좀 수월하게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공식처럼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1. 플롯

스토리는 결국 3막 구조이다. 3막 구조는 1, 2, 3막이 1:2:1의 비율로 구성되는 이야기의 얼개이다.

 

2. 주인공(캐릭터)

주인공은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계획대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생각'보다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수동적인 행동'보다는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단일한 행동에 대한 표현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행동을 표현해야 한다. 그 하나의 행동은 절대적인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3. 공식의 개념

(1) 설정은 계기적 사건이 일어나는 지점이면서 스토리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다. 영화에서는 7-15분 정도에, 16부작 드라마의 경우에는 2부의 끝에  발생한다. 여기서 장르가 결정된다.

(2) 중간점(적대자)은 우리의 주인공이 고통을 받는 지점이다. 2-1막과 2-2막 사이에 위치하며 드라마의 경우에는 8부에서 9부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3) 절정은 클라이맥스로 알고 있는 그 지점이다. 보통 3막 중간에 위치하는데 드라마의 경우에는 14부와 15부 사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기에 절정이 있으면 16부 엔딩까지 끌고 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16부에서 절정이 오는 경우가 많다.

(4) 주인공의 공식은 주인공의 액션을 스토리의 끝까지 인도하는 것이다. 이 공식에서 행동의 시작점과 단일한 행동의 지속 여부, 그리고 행동의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공식에 대입될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5) 적대자의 공식은 3막 구조에서 막과 막 사이, 즉 1막과 2-1막 사이, 2-1막과 2-2막 사이, 2-2막과 3막 사이에 위한다. 차례로 공격점1, 2, 3이라고도 한다. 각각의 부분에서 주인공을 강력하게 괴롭히고, 주인공의 내면 혹은 외면을 공격하는 곳이다. 특히 공격점2는 중간점으로서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결정적으로 막는 스토리의 척추를 담당한다.

 

4. 공식의 원리

(1) 완성되는 계획이 필요하다. 주인공은 시작과 행동의 크리고 평가받는다고 했는데,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행동과 함께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가져야 한다.

(2) 완성되는 창작자의 계획이 필요하다. 강력한 의지와 계획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도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처지에 맞춰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는 스토리의 전면에는 계획이 없어 보이지만 스토리의 후면에는 주인공을 움직이는 창작자의 계획이 있다. 이런 스타일의 스토리는 시대극이나 공포 혹은 재난 장르인 경우가 많다.  

(3)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도 계획이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 주관적인 스타일의 스토리로서 있을 수가 있다.

(4) 설정은 절정을 바라보며 달려간다. 절정은 설정의 성장태, 즉 변화된 모습이다. 가끔은 설정과 절정의 모습이 다른 경우도 있다. 첫째는 주인공의 성장이 아니라 몰락을 보여 주는 스토리, 둘째는 두 가지 이상의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스토리이다.

 

5. 장르의 공식

(1) 멜로

설정: 두 사람이 만난다-공격점1: 호감을 갖고 사귄다-공격점2: 사랑을 방해하는 강력한 적대자가 등장한다-공격점3: 잠시 헤어진다-절정: 재회하여 키스한다.

(2) 휴먼

 설정: 삶의 문제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다-공격점1: 사건, 상황의 본격 전개-공격점2: 근원적인 적대자-공격점3: 문제 해결의 어려움(복귀의 어려움)-절정: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한다.

(3) 스포츠

설정: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다-공격점1: 훈련 도중 문제가 생긴다-공격점2: 내부 문제로 대회 출전에 차질이 생긴다-공격점3: 적대자의 힘은 강해지는데 문제 해결 기미가 없다-절정: 대회에서 승리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인생에서 승리한다. 

스포츠 스토리는 휴먼 드라마이다. 스포츠는 표면 서사의 소재일 뿐이고, 심층 서사를 미리 정해야 한다. 이 심층 서사를 풀어나가기에 이 스포츠가 적절한지도 따져야 한다.

(4) 공포

시작: 나에게 사건이 발생한다-설정: 사건의 전조, 존재나 상황이 나타나 공포를 조성한다-공격점1: 상황이 반복된다-공격점2: 적대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상황이 반복될 거라는 단서가 나타난다-공격점3: 적대자와 근원적인 관계를 알고, 그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다-절정: 적대자와 결투한다-결말: 나를 괴롭혔던 문제가 해결되거나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5) 스릴러

설정: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이 해결을 위해 나선다-공격점1: 첫 번째 증거 혹은 사건의 단서를 발견한다-공격점2: 두 번째 증거 혹은 진범과 마주치나 확신하지 못한다-공격점3: 세 번째 증거 혹은 첫 번째 증거의 비밀을 발견하면서 본질에 다가선다-절정: 주인공과 범인이 만나고 그의 죄를 밝혀낸다.

(6) 언더커버

설정: 주인공이 적대 조직에 들어가거나 들어가 있다-공격점1: 대상자에게 다가가 교류를 시작한다-공격점2: 신분이 드러날 뻔한 위기가 찾아온다-공격점3: 적대자와의 교류가 깨지고 소속을 정해야 한다-절정: 적대 조직에서 적과 결투한다.

(7) 케이퍼

설정: 전문가들이 하나둘 모인다-공격점1: 작전을 짠다-공격점2: 첫 작전이 실패하고 멤버들이 흩어진다-공격점3: 문제의 근원을 알게 된다-절정: 전체 계획의 설계자와 적대자가 결투한다.

(8) 액션

설정: 주인공이 누군가와 싸운다-공격점1: 적대자의 범죄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공격점2: 주인공이 적대자와 격렬하게 부딪친다-공격점3: 적대자를 잡을 수 없는 어려움이 온다-절정: 주인공이 적대자와 싸운다.

(9) 재난

설정: 재난 징후가 보인다(전조)-공격점1: 상황이 악화된다-공격점2: 재난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공격점3: 사람들이 사투를 벌인다-절정: 재난을 이겨낸다(극복)

 

6. 스토리 창작

(1) 창작의 기초

실제 창작에 들어가기 전에 고려애햐 할 것들이다.

1. '쓰기'는 현재 내 머릿속에 없는 것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미리 정리한 다음에 쓰는 것이다.
2. 미리 정리하고 쓰는 '쓰기'와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는 '타이핑'을 구분해야 한다.
3. 아이템은 주인공, 주인공의 목적, 주인공의 계획, 적대자의 네 가지 요소로 설명되어야 한다.
4. 아이템은 생명체와 같다. 작게 온전하게 태어나서 완전하게 성장한다.
5. 아이템이 잘 성장하려면 끝이 있어야 한다. 끝이 없는 아이템은 아이템이 아니라 단순한 생각이다. 이는 완성될 수 없다.
6. 과정이 선명하고 엔딩 장면이 확실할 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7. 세상으로 나갈 글이라면 본겨적인 글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보해야 하나.

 

(2) 주인공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이 계획을 갖고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적대자의 계획 혹은 작가의 계획을 통해 주인공이 휩쓸려서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있다. 이걸 먼저 정해야 한다. 그럼 장르도 결정되고, 그 장르의 공식에 따라 집피한다.

 

7. 창작의 순서

창작의 순서는 주인공의 공식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 드러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가치 설정에서 이 작품으로 작가인 나는 무엇을 얻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영화제 수상, 영상위 지원, 캐스팅이나 제작 가능성을 따진다. 설정과 절정을 정하고, 메인 적대자와 서브 적대자를 정한다. 그리고 표면 서사와 심층 서사를 그린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교차 점검을 한다. 교차 점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처음으로 돌아와 내가 쓰고자 했던 첫 문장을 한 시간 정도 가만히 들여다본다.
2.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주인공의 동작이 막힘없이 흘러가는지 확인한다.
3. 머릿속에서 설정과 절정이 명쾌하게 떠오르는지 생각한다. 그 장면들의 장르가 분명한지 자문한다.
4. 내가 생각한 적대자가가 가장 강력한 적대자가 맞는지 한 시간 정도 생각한다.
5. 스토리의 중간 지점에서 주인공과 적대자가 강렬하게 부딪치는 장면이 떠오른다면 그 옆의 양 날개는 어떤지 생각한다.
6. 그 두 곳에서도 강력한 충돌이 보인다면 적대자의 위치를 제대로 잡은 것이다.
7. 1부터 6까지를 세 번 정도 반복한다.
8.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쓸 수 있을까?"
9. 확신이 들면 글쓰기를 시작한다. 아니라면 1번으로 돌아간다.

 

이제 진짜 쓰기 시작이다.

2시간 분량으로 90장 내외의 시나리오를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동그라미 다섯 개에 설정과 절정까지, 이미 일곱 군데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전체 구성을 살펴보면서 글쓰기를 해 나가세요. 시간으로 치면 대략 17분에 하나씩 이정표가 나옵니다. 페이지로 치면 대략 10페이지마다 하나씩 이정표에 도달합니다. 드라마 대본의 경우 한 회당 70분을 기준으로 35페이지 내외를 쓴다고 생각해 봅시다. 먼저 전체 16부의 시놉시스를 참고하면서 회당 세부 설계도를 그리세요. 글을 시작하면 대략 다섯 페이지에 하나씩 사전에 준비한 이정표를 만날 겁니다. 이정표가 있으니 안심하고 글을 전진시키면 됩니다.

 

글을 쓰기 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들이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었고, 이런 방법이 유용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8. 장르별 글쓰기

장르별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위에 있는 장르별 공식에 따르는데, 이를 이끌어주는 질문들이 있다.

(1) 멜로: 누구의 사랑인가? 사랑을 막는 자는 누구인가?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랑인가?

(2) 휴먼: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삶의 무엇이 힘든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3) 공포: 무엇이 무서운가? 왜 무서운가? 왜 관객이 무서워해야 하는가?

(4) 스릴러: 악마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우리 사회는 왜 이럴까? 

(5) 케이퍼: 무엇을 훔칠 것인가? 왜 훔치는가? 훔쳐서 무엇을 얻는가?

(6) 액션: 왜 싸우면서 시작하는가? 어떻게 싸우는가? 이 싸움의 가치는 무엇인가?

 

정보가 많은 글이라서 노트 정리하듯이 정리해 보았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보지는 않았지만 최신 영화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했고, 잘못 창작된 부분들도 예를 들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이제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상상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