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복원/영화

[영화 18] 모두들, 괜찮아요?: 만만하면 삶이 아니지.

뚝샘 2006. 9. 29. 15:54
모두들, 괜찮아요?
감독 남선호 (2005 / 한국)
출연 김유석, 김호정, 이순재,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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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괜찮아요?』를 봤다. 시나리오 작업만 하는 무명 감독 상훈과 그의 아내 민경의 가족 이야기이다. 아들이 있고, 치매에 걸린 친정아버지가 있다. 민경은 가장으로서 무용학원을 경영하며 가정을 이끌어가면서 만만치 않은 삶을 그리고 있다.

1. 상훈 이야기

상훈은 무명 감독으로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끈질기게 붙어있지도 않고, 끌어주는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기발하거나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다 아이처럼 현실 문제들을 회피하려 하고, 아들과 정신연령이 거의 비슷해서 아이랑 같이철없는 행동이나 하고... 거기다가 여자들만 보면 헤헤거리며 사고나 치려 하고...

그러나 치매 걸린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믿음직한 모습도 있다. 형편없는 것 같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으로 동반자로서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2. 친정아버지 원조 이야기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그의 엉뚱한 대화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치매에 걸렸다고 무조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인물은 아니다. 남편에 대해서 회의를 하는 민경에게 그 남자 자세히 보니 괜찮으니 잡으라고 예전에 결혼 허락을 하면서 했던 말을 다시 말하는 장면은 민경의 처음의 마음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삶의 힘이 된다. 또한 두번째 부인인 논산 어머니를 찾아가서 무덤에 인사하는 모습에서 변치않는 사랑의 마음을 보여준다.

3. 민경 이야기

위의 두 사람과 아들, 도무지 믿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남자들을 키우며, 가정을 이끌고 있는 민경은 이제 지칠만큼 지쳤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늘 묻게 된다. 아버지가 고양이를 죽인 것에 대해서 너무 놀라 화를 내게 되고, 남편의 철없는 행동에 대해서 서로의 자존심을 긁어 남편이 나가게 된다. 그리고 맞서게 되는 현실들은 이전과는 또다른 현실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한편, 알게 모르게 힘을 주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아들 병국이 아프고, 아버지는 나간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할 때, 아버지를 찾았으니 걱정말라는 남편의 한마디는 그의 삶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4. 현실적이면서 깔끔한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현실적이면서 깔끔한 이야기, 꾸며도 꾸미지 않은 듯한. 그러면서 포인트가 있어서 흐름을 갖는 영화. 삶이 묻어 있는 영화.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