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문학

[책 31] 보건교사 안은영: 역시 무겁지 않아

뚝샘 2023. 7. 21. 01:11

책이름: 보건교사 안은영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2015.12.

 

퇴마사이자 심령술사인 사립고등학교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학교에 있는 귀신을 물리치면서 학생과 학교를 지킨다는 이야기이다. 각 장마다 한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안은영이 해결하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장편소설이지만 단편소설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각 장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지는 않으니까.....

 

일단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재미있다. 왈가닥 소녀 같은 캐릭터인 안은영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데 그 문제를 치밀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 그냥 찔러 보고, 감으로 찔러보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해보다가 맞아떨어질 때 해결하는 것이 우러러보이지 않아서 친숙한 느낌이다.

 

관심 갖지 않는 비주류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느껴진다. 학교에서 다른 교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오리 선생 한아름이나 온건 교사 박대홍 등을 등장시켜 이들의 고민이나 상황을 독자들에게 알리면서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위로도 있다.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는 초등학교 때 놀이터에서 죽은 정현의 귀신이 등장하여 위로를 받는다. 슬픔을 안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이다. 그런데 가로등 아래 김강선에서는 중학교 때 친구였던 김강선이 젊을 때 죽어서 귀신으로 등장한다.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모습이 약간 웃기게 그려져 있다. 귀신이 안은영의 TV 보거나 안은영의 학교에 나타나서 장난을 치거나 안은영이 홍선생과 데이트할 때 차 뒷좌석에서 말을 시키는 등의 장면이 그렇다.

 

그리고 홍인표 선생과의 러브라인도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하게 가져간다. 둘이 손을 잡으면서 안은영의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은 자주 손을 잡는데 그러면서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홍선생이 선을 보면서 홍선생은 맞선녀와 안은영을 비교하게 되고 그동안의 마음이 사랑일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넌지시 비추고, 마지막에 거대 용을 함께 물리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까지 한다.

 

정세랑의 무겁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