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복원/영화
[영화 11] 씨인사이드: 마음의 바다, 희망의 죽음
뚝샘
2007. 3. 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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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영화 『씨 인사이드』를 봤다. 안락사를 원하는 전신마비 장애인의 삶(죽음)을 다룬 영화이다. 라몬은 젊어서 사고로 전신마비가되고 그 상태로 28년을 살다가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하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걸지만 기각되자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불법적인 안락사를 하게 된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그 과정에서 라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에게 있어서 존엄과 죽음과 자유에 대하여 묻고 있다. 라몬은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삶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죽음을 원하는 것이고, 그럴 자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회는 인간에게는 죽을 권리는 없으므로안락사는 범죄라고말한다.
라몬은 특별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고, 건강한 사람이다. 전신마비라는 육체적인 장애는 그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항상 웃는다. 그의 입꼬리는 언제나 귀를 향해 있고,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농담을 던진다. 그는 울 때조차 웃음으로 운다. 그에게도 미래가 있고, 기대가 있고,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다.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죽음 이외의 것은 미래일 수 없고, 기대일 수 없고, 희망일 수 없고, 행복일 수 없다. 그래서 사랑도 하지 않고, 선물도 받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와 희망 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라몬은 우리에게 생각을 바꾸게 한다. 죽음을 절망으로 보지 말고, 고통으로 보지 말고, 도피로 보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들의 끝은 모두 똑같다. 똑같은 끝을 공유하는데,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삶의 과정이 다르겠지만 그것도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는 움직이는 상상을 한다. 창 밖을 날아서 산과 들을 건너 마음의 바다를 만나게 된다. 이 환상적인 장면은 인상적이다. 세상을 가득 안은 그는 정말 행복해 한다. 그래서 제목이 Sea Inside인 것 같다.
오랜만의 유럽 영화라서 그런지 잔잔함이 익숙하지 않았다. 죽음을 정말 잔잔하게 그렸다. 미국이나 한국 영화 같았으면 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붓는 식으로 연출을 했을텐데, 그런 감정의 클라이막스는 없다. 싱거운 느낌이 들 수 있으나 생각할 것들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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