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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5]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학교의 본질을 따라서

뚝샘 2021. 6. 28. 16:38

책이름: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곁이름: 공교육에서 실천한 미래교육 이야기

지은이: 창덕여중 공동체

펴낸곳: 푸른칠판

펴낸때: 2020.06.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일반화되기 이전에 학교 문화의 변화,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 학교 공간의 변화, 테크놀로지의 도입 등으로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한 창덕여중의 미래학교 이야기이다. 

 

제1장은 학교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범위를 좁히면 교사들의 업무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회의 문화가 위에서 결정하고 전달하는 방식에서 밑에서 필요를 느끼고 제안하고 바꿔 나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디서든 회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회의의 3요소로 사전준비, 기록, 사후공유를 얘기한다. 회의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공유된 회의 주제를 보고 생각해 오는 것이다. 그리고 회의에서는 전달이 아니라 질문으로 소통하고 디테일을 점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록하여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하지 않으면 구성원과 틈이 생기고 일이 진행이 되지 않게 된다.

 

또한 교사들이 연구하고 수업을 공유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사적으로 친한 2명의 교사가 수업을 공유하던 것이 조금씩 퍼져서 그들과 사적으로 친한 교사가 또 합류해서 수업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기 수업을 공개하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적인 모임이 공적인 모임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수업 공유가 단순히 세미나식으로 수업을 공개하고 피드백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그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처럼 수업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수업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데, 동교과가 아니라 타교과면 더 효과적이다. 동교과이면 수업 내용을 다 알아서 교사 입장에서 수업을 접하지만 타 교과이면 학생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더 필요한 얘기들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충격적이면서 신선했다. 대신 빈 시간에도 다른 선생님 수업을 들으러 들어가면 휴식은 언제 하나 싶고, 업무나 수업준비는 일과 후에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제2장은 교육과정의 변화이다. 각 과목별로 교육과정과 수업과 평가와 기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 얘기한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피드백을 얘기하는데, 구글 클라스룸처럼 피드백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피드백 해야 하는 양이 엄청나서 이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서는 피드백을 유형화하여 실시하고 있었다. 또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학습도 한다. 교과서의 내용을 현실로 갖고 와서 적용한다. 그것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태전환교육도 하는데, 환경과 에너지, 생명과학과 농업, 실과, 수학 등의 수업을 현실에 갖고 온다. 텃밭에 배추와 무를 심어서 김장을 하고,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을 설치하고 발전양과 전력양 등을 확인하고 통계 처리하고, 식물이 더 잘 자라도록 자동 급수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학생들이 생태 환경 에너지에 대해서 글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3장은 학습 환경의 변화인데, 테크놀로지 도구를 사용한 교육이고, 또 하나는 학교 공간의 변화이다. 테크놀로지 도구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것으로 이 학교에서는 테크센터를 두고, 테크 매니저가 담당하여 테크놀로지 교육을 지원한다. 이 때 테크 매니저가 단순히 기기의 관리와 대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교육에 적용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안내를 하고 제안을 하고 연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기기 관리는 기본이고...... 그러다보니 정보부의 업무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히 컴퓨터 설치해주고 인터넷 망 관리해주는 것은 시설 관리의 측면이 강하므로 교사에게 주지 않고 정보부는 에듀테크부로서 정보화기기의 교육적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간의 변화는 학교의 공간을 배우는 공간(일반 교실과 교과 교실), 표현하는 공간(소극장, 방송실, 스튜디오, 좌식 온돌방), 나누는 공간(홈베이스, 미디어 스페이스, 도서관), 즐기는 공간( 중앙홀) 등으로 나누어서 색깔과 매치시켜 디자인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의 설계와 시공의 과정에 교사들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학부모로서 공간의 의도가 잘 구현되도록 했다고 한다. 

 

읽으면서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실패와 한계도 있었을텐데, 이런 것들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시범학교나 연구학교 보고서를 보면 완벽한 것만 얘기해서 흠이 없어보이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테크놀로지 교육을 할 때, 교사나 테크 매니저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문제, 미래교육을 받은 졸업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적응하기 어려워 하는 문제들도 얘기를 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바뀌는 공립학교의 특성 상 시스템을 유지하는 문제도 가장 클 것 같다. 

 

이상으로만 생각하던 학교의 모습이 현실에서 조금씩 실현되는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런 흐름이 조금씩 더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이상이 사실은 본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