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 무코다 이발소: 시골 마을 사람들
책이름: 무코다 이발소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옮긴이: 김난주
펴낸곳: 북로드
펴낸때: 2017.01.
일본 북해도의 시골 마을 도마자와의 이야기이다. 이발소 주인인 야스히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이다.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단편들이 모인 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무코다 이발소」는 야스히코의 아들 가즈마사의 귀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삿포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사직하고 도마자와에 돌아와서 이발소를 물려받고, 마을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아버지 야스히코와 가즈마사의 갈등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야스히코는 가망 없는 일에 매달리는 아들이 못 마땅하지만 말로만 말릴 뿐이지 적극적으로 저지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노후도 있으니까.... 처음에 읽을 때에는 그래서 결국 아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결론을 맺는 줄 알았더니 그냥 그렇게 노력한다로 이야기는 끝난다. 그리고 그 아들 가즈마사는 이후의 다른 편들에서 간간히 등장하며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보여준다.
「축제가 끝난 후」는 기하치라는 노인이 쓰러진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골에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급격히 고령화된 마을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하치가 쓰러지자 도쿄에 나가 있던 아들이 들어오지만 오래 있지 못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만 주말마다 들르면서 병원을 알아보고, 면회도 할머니가 힘들지만 다니고,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는 모습들이 나온다. 고령화로 인해 생활 속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 실감나게 이야기한다.
「중국에서 온 신부」는 농촌 총각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이스케는 활발한 청년이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하지 못하자 중국에 가서 신부감을 구해온다. 그러나 자신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권유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 보니 돈 주고 신부를 사왔다고 스스로 생각하여 떳떳하지 못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개의치 않고 신부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주고, 신부도 활발한 성격으로 스스럼없이 대하며 적응하게 된다.
「조그만 술집」은 새롭게 문을 연 술집의 여주인 사나에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마자와 출신으로 도쿄의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사나에게 귀향을 하여 술집을 열자 마을 남자들이 모두 몰려가 성왕을 이루는데, 그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술집에서 일했던 여자의 귀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재미있다.
「붉은 눈」은 마을이 영화 촬영지가 되면서 마을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면서 마을에 활기가 생기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이익이라도 취하려도 서로 마음 상하는 일도 있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도망자」는 도마자와 출신의 수재 슈헤이가 도쿄의 금융가에 진출하여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내리막길을 걷다 결국 사기꾼이 되어 도망자가 되어 수배를 받자 마을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경찰들이 그의 고향집에 잠복을 하고, 마을 사람들도 그 아버지를 멀리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 부모들을 위해 방문을 해주면서 위로가 되어주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청년회에 슈헤이가 연락이 되어 자수를 시키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읽으면서 일본의 시골 상황과 우리의 시골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고령화 문제, 농촌 총각 문제, 경제적으로 궁핍한 문제 등 위의 문제들이 우리의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이웃의 문제에 크게 개입하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이웃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입하는 특성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이야기의 결론들이 명확하게 똑부러지게 마무리되지는 않지만 삶의 모습을 충실하게 담으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충격적인 임팩트나 사건도 있지만 그 사건들보다는 그 사건 속의 인물과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지를 보여주면서 인물들에 집중하는 것을 살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