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 차남들의 세계사: 웃픈 소설
책이름: 차남들의 세계사
지은이: 이기호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2014.07.
5공화국 때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일어났고, 주도자인 문부식과 김은숙은 원주의 지학순 주교를 찾아갔다가 이후 자수한다. 이 때 공안당국은 원주에서 이들과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잡아들여서 빨갱이로 몰았는데,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인 택시 운전수 나복만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복만은 택시 운전을 하던 중 가벼운 교통사고를 내고 양심에 걸려 경찰에 자진 신고를 한다. 그런데, 그가 찾아간 곳이 교통과가 아닌 정보과였다. 정보과의 아무 형사한테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써서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공안 사건으로 한참 바쁜 형사가 그냥 놓고 가라고 해서 놓고 갔다. 그런데, 공안 사건의 브리핑에서 나복만이 언급되고 언론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회사의 동료들은 그를 경계하는 가운데 동료 기사인 박병철은 나복만이 진짜 민주 투사라고 생각하고, 지학순 주교가 그를 연락책으로 삼아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데에 그의 역할을 부여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그런 것 아니냐고 묻는 등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그는 정말 자신이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박병철의 택시에서 우연히 곽용필 정보과장의 아내와 그 아들의 담임교사와 서로 불륜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아들의 그림이 나오자 박병철은 그 담임교사를 협박하자 담임교사는 박병철을 죽인다. 그리고 그 서류는 나복만이 입수하여 경찰에 자수한다. 이거 북의 지령으로 받은 난수표라고..... 정보과장 곽용필은 자신의 아들의 그림이 아내와 담임교사의 불륜이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여 적당히 처리하려고 하지만 안기부 파견 요원이 이를 발견하고 공안 사건을 조작하게 된다. 그 결과 나복만과 지학순 주교를 중심으로 공안 사건이 만들어지고, 그 주변의 인물들이 고초를 겪는다는 얘기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런 흐름이지만 줄거리에서 얘기하지 못한 다양한 주변인물들, 김순희, 부목사, 안기부 요원들, 담임교사와 김경아 등 여러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들이 비중 있게 묘사되고 있어서 다양한 측면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이야기꾼으로서 이기호의 해학적인 문체도 한 몫을 해서 몰입할 수 있게 하였고, 약간은 허황된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그 당시에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법하다고 여기게 만들어서 웃기는 얘기지만 쉽게 웃을 수 없는 이중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진짜 웃프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