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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9] 매일 갑니다, 편의점: 다 똑같지 않은 편의점

뚝샘 2020. 12. 31. 10:27

책이름: 매일 갑니다, 편의점
곁이름: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지은이: 봉달호
펴낸곳: 시공사
펴낸때: 2018.08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편의점 사장님의 편의점 속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자영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편의점 업계의 사부님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사부님들은 제품들을 '아이'라고 부른다. "너는 어떤 아이니?", "너는 어디가 좋으니?" 등 제품을 마치 인격이 있는 존재처럼 여기고 그 제품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제품의 특성에 대해서 파악하고, 고민하고,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디인지 조정해서 배치한다.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상담도 하고.... 

편의점에는 방치되어 있는 제품이 단 하나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하는 매장이 된다. "이 제품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누군가 묻는다면 "그 제품은 어떤 제품군과 연관을 이루고, 주로 어떤 소비자층이 좋아하며, 일일 판매량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진열했다"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하나하나에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사랑이 편의점의 성공을 이룬다. 

 

판매장려금과 발주장려금이란 것이 있다. 판매장려금은 팔릴 때마다 장려금을 받는 것을 말하고, 발주장려금은 발주하면 돈을 주는 것이다. 영업이나 판촉을 위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싼 홍보비를 들이는 것보다 점장들을 꼬드겨서 판매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사부 중의 한 사람은 술을 마시고 2차는 꼭 편의점으로 간다. 거기서 2+1 음료수를 사고, 2개만 가져오고, 1개는 카운터에 그대로 놓고 나온다. 남겨놓은 1개는 편의점에서 고생하는 알바나 점장에게 주는 것이다. 2+1 상품은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배웠단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고, 정말 감동적인 가르침이다. 그 상품을 받은 알바나 점장은 얼마나 힘이 나겠는가?

 

편의점을 하다보면 갖가지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달에는 할인을 했는데, 이번 달은 왜 안 되느냐,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은 줄었다거나 그 담배는 왜 매번 없느냐거나 등등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자질구레한 불만부터 경찰을 불러야 할 정도의 사건사고까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점장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툼은 보통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달라'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내가 일단 기분이 나빠'의 문제인 것이다. 당면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이성을 되찾으라 호소해봤자 소용이 없다. 일단은 감정부터 어루만져야 이성적 접근이 가능해지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특히 우리 한국인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감성적 대응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최대한 감정의 동반자가 되어줘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의 편'이라는 느낌을 심어줘야 비로소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되는 것이다. 대화를 시작해야 해결도 가능하다.

그래서 글쓴이가 내놓는 멘트는 '그러게요.'이다. "그러게요, 포장이 약간 허술하네요. 그러게요, 용량이 좀 작네요. 그러게요. 저도 한 번 피워보고 싶네요. 왜 이렇게 매번 없을까요?" 등과 같이..... 무뚝뚝하게 나도 모르겠다고 남의 일처럼 얘기하기가 쉬운데 이렇게 대하면 화는 많이 사그라들면서 이성을 찾을 것 같다. 정말 현명하다.

 

편의점에서 프레쉬 식품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를 해야 한다. 그럼 점주들은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품할 수도 없는 것들이니까.... 그래서 폐기가 나지 않도록 정확하게 다 팔도록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정확하게 다 팔았다는 것은 정말 정확한 걸까? 도시락을 사러 왔다가 도시락이 없어서 그냥 가는 사람은 도시락이 없는 게 맞냐고 묻지 않고 그냥 갈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손님들은 불만이 쌓이고, 저 편의점은 뭔가 부족한 곳으로 인식이 되어 성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폐기가 없는 것보다 적절하게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다. 적절한 폐기량을 찾아서 유지하는 것이 점장의 능력이다.

 

폐기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폐기 지원 제도이다. 폐기를 하면 손실 비용을 본사에서 일정 비율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폐기 리스크가 큰 과일은 90%까지도 보상해주고, 삼각기밥은 10%정도 보상해준다. 처음 개업하는 경우나 신제품이 나오면 100% 폐기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어느 정도 팔리는지 가늠해야 하니까 일단 많이 가져다 놓고 폐기되면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또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제품도 폐기 지원을 해준다. 물량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편의점 점주에게 필요한 능력은 어떤 능력일까? 그런 것들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편의점을 해볼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것 같다.

편의점 점주는 일반직일까. 전문직일까? 당연히 일반직이다. 일단 입지가 갖춰진 편의점을 운영하는 일은 막말로 바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입지'를 찾아내고 만들어가나가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조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들어가는 게 답일까? 유사한 상권이라도 매출은 '복불복'이고 똑같은 자리에 운영해도 어떻게 편의점 구조를 만들고 구색을 갖추며 브랜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출은 또 달라진다. 그건 단순히 발품을 많이 팔면 되는 일이 아니고, 완벽한 계산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사실 많은 부분이 경험과 감각 혹은 오랜 기간 축적된 여러 데이터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영업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편의점주는 자영업자이니까 발주하고 판매하고 난 후에 매입한 금액을 본사로 보내는 것인 줄 알았는데, 모든 돈을 다 본사로 보내고 본사에서 정산을 하고 가맹점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편의점주는 월급쟁이라고 한다. 세금까지 다 본사에서 계산해서 대신 내주고, 나중에 정산하고..... 하긴 피곤하게 이거 저거 계산하고 앉아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한편으로는 편할 수도 있겠다.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똑같아 보이는 편의점도 사실은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