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28] 우리 집 문제: 우리 집 따뜻함
책이름: 우리집 문제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옮긴이: 김난주
펴낸곳: 재인
펴낸때: 2017.06.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집이다. 이전에 읽었던 《오 해피데이》와 비슷한 소설이다. 실제로 《오 해피데이》의 마지막 작품인 「아내와 현미밥」과 《우리 집 문제》의 마지막 작품인 「아내와 마라톤」은 소설가가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 쓴 연작 소설같은 작품이다.
「허즈번드」는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 회사 체육대회에서 남편이 직장 동료로부터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따돌림이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느낀 아내가 남편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물을 수는 없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혼자 추측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등 자신만의 공상을 펼쳐 나가면서 자기라도 남편을 위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따뜻하다. 실제로 남편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작품 중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서 인용해본다.
느닷없이 선수 아내들의 기분이 상상되었다. 스포츠 선수의 아내는 자기 남편이 직장에서 어떤 입장에 있는지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게 된다. 힘들겠네. 메구미는 마음이 짠했다. 만약 내 남편이 프로야구 선수인데 후보로 저 벤치에 앉아 있다가 대타로 나가 범타로 아웃당하는 바람에 온 일본의 무책임한 샐러리맨들에게 욕설을 듣게 된다면 도저히 못 견디고 화장실로 도망치고 말 것이다.
직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가 가족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지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선수들의 아내나 가족들이 느끼는 기분도 물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렇게 봤을 때 인용된 이 부분은 느낌이 짠했다.
「에리의 4월」은 부모가 이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고3 여고생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에리는 할머니와 통화하면서 부모가 이혼할 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할머니가 직접적으로 이혼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뉘앙스에서 느낄 수 있다. 그 이후 엄마와 아빠에게 자신이 정말 무신경하고, 무관심하고 모르는게 많았다는 것을 느끼고, 엄마와 아빠의 삶을 지켜 보면서 가정의 의미를 찾아간다. 특히 철이 없던 남동생도 부모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을 나름대로 알아내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힘을 얻는 장면도 있다. 실제로 부모가 이혼할 것인지 작가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고, 에리 혼자서 공상에 빠진 것일 수도 있지만 가정을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이 예쁘고 따뜻하게 보여진다.
「아내와 마라톤」은 소설가의 아내이면서 전업주부인 사토미가 마라톤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는다는 얘기이다. 사토미의 마라톤을 위해 가족들이 나서서 응원하고 힘을 모으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가족들의 변화 과정이 잘 나타난 소설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가족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그 문제를 어렴풋이 느끼고 혼자 공상하고, 고민하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결국에는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가족들이 믿음을 확인하고 따뜻함을 느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주인공이 아내, 딸, 남편 등 여러 인물들로 그려져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읽으면서 일본 가정의 한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