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문학

[책 8] 스토너: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나?

뚝샘 2017. 6. 7. 21:56

책이름: 스토너

지은이: 존 윌리엄스

옮긴이: 김승욱

펴낸곳: 알에이치코리아

펴낸때: 2015.01


1965년에 발표되었지만 묻혀있다가 작가가 사망하고나서도 10년이나 더 지난 2006년에 재출판되어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독특한 작품이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주인공의 삶을 세밀하게 그린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학을 배워 아버지의 가업을 이을 생각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영문학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고,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영문학과로 전과를 한다. 졸업식 때 이 사실을 안 아버지가 실망을 했지만 반대하지는 않으신다.


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여 강사로서 강의를 하면서 학문의 세계에 빠지는 과정에서 그의 삶에 획을 긋는 몇 가지 사건을 접하게 된다. 먼저 이디스와의 결혼이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스토너는 구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디스는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서도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결국 이디스의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둘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아이를 갖기로 합의하여 달 그레이스를 낳게 된다. 그레이스의 성장 과정에서 스토너는 자식을 키우는 보람을 느끼지만 이디스는 둘의 관계를 탐탁치 않게 여겨 부녀간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이 부분도 역시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여자 왜 이러는가? 거기다가 스토너의 연구활동까지 노골적으로 방해하여 집안의 서재에서 창고로, 다시 학교 연구실로 쫓겨가기까지 한다. 이러려면 이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스토너는 이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성격 참 좋다. 


두번째 사건은 워커와의 만남이다. 워커는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인데, 그의 수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며 그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 스토너는 최대한 규정의 범위 안에서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를 물리치지만, 이로 인한 후유증을 얻게 되고, 마음의 아픔을 얻게 된다.


세번째 사건은 로맥스와의 만남이다. 로맥스는 동료교수인데, 워커의 편에서 스토너를 공격하고, 협박하여 위축시킨다. 그러다 결국에는 학과장으로서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옵션을 쓰지 않고 퇴임을 요구하기까지 하는데, 로맥스와 대립하면서 역시 마음의 아픔을 얻게 된다.


네번째 사건은 캐서린과의 사랑이다. 그녀는 스토너가 그녀의 논문을 개인적으로 도와주게 되어 알게 된 젊은 강사인데, 학문적 동지를 넘어선 인생의 동반자로서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어 결국은 헤어지게 된다.


다섯번째 사건은 딸 그레이스의 임신과 결혼이다. 그레이스는 고등학교 때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았지만 전쟁으로 남편을 잃게 되고, 알콜중독으로 고생도 한다. 이렇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딸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아내 이디스의 의도에 대한 그레이스의 반항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자신을 아무렇게나 내던져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데, 결국 가족의 불행이 되고 만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다섯 개의 사건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부분적으로 행복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힘들고 고달프다. 그런 고달픈 삶을 견디는 것은 학문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열정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었지만, 그 관심만큼은 늘 그와 함께 했던 것 같다. 이 관심이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 그의 삶을 지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상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먼저 '기존관념'에 대한 것이었다. 학문과 사랑은 서로 반비례일 것이라는 기존관념과 달리 스토너와 캐서린은 둘의 사랑과 자신들의 학문 모두 고양시키는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에 있어서도 가족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워진다는 것, 거기다가 불륜이 붎편하지도 않았다는 것 등은 약간 의외였다.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 다음 인상적인 부부은 마지막 암으로 죽어가는 장면인데, 기억과 정신이 희미해지고, 몸이 서서히 쇠약해지는 모습을 독자들이 함께 느끼게끔 묘사했다. 이 부분의 내용들은 뭔가 희미하고 불연속적이고, 비약적이지만 그게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 느끼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자주 나오는 문장은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느냐는 말이다. 화려하지 않은 삶에서, 약간은 불행해 보이는 삶에서 무엇을 기대했는지, 그 기대한 것을 얻었는지 스토너는 생각하는데, 우리에게도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