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인문

[책 20] 책은 도끼다: 책 소개하는 책의 성공

뚝샘 2015. 12. 16. 18:36

책이름: 책은 도끼다

지은이: 박웅현

펴낸곳: 북하우스

펴낸때: 2011.10


부제는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이다. 인문학과 관련된 여러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원래 책 소개하는 책은 잘 안 읽는다. 그런 책들은 자신들이 이런 책을 이만큼 읽었고, 나는 이만큼 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 책들에 대해서 언급되 것들에 대해서 공감을 할 수 없으니 그렇다. 공감하려면 나도 그 책들을 읽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공감을 강의(말하기)의 형식으로 유도한다.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 구어체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감이 있고, 친근감이 있고, 쉽게 눈에 들어오고, 부담이 없다. 설명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같은 내용을 책으로 썼으면 훨씬 딱딱하고, 접하는 데에 거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은 카프카의 『변신』중에서 「작가의 말」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책이란 우리 안에 있는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어야 한다는 말에서 나왔단다. 그냥 흐리멍텅한 책은 책으로서의 사명이 별로 없다고나 할까? 듣고 보니 그런데, 그런 생각을 우리는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 책 쓰는 사람들은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박웅현의 독법은 마음에 드는 부분, 인상적인 부분, 중요한 부분을 밑줄 치고, 그 부분을 옮겨 쓰기이다. 그래서 한 권을 읽으면 A4 용지로 몇 장씩 옮겨적는 부분이 생긴다고 한다.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고, 다시 읽게 되면 처음 읽었을 때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새로 발견하고, 또 옮기고, 세 번, 네 번.... 그러면서 책을 되새김질을 한다고 했다. 다독이 아니라 심독이라고나 할까?


마음에 드는 부분을 옮기는 것은 나의 독법과 비슷한데, 반복해서 읽는 것은 나와 다르다. 내 생각은 세상에 그렇게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책들을 내가 하나라도 더 접하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읽는 것은 내 방식이 되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읽고 싶은 책, 읽어야겠다는 책들이 좀 생겼다. 『자전거 여행1,2』는 전에 읽었었는데, 내가 정말 이 작가의 진가를 모르고,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아서 다시 읽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자연에 대한 생각들, 표현들, 감성들을 모르고 그냥 서사만 잡으려고 하니 내가 얻은 것이 없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와『안나 카레니나』는 너무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수업을 하면서도 그렇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책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우리는 사랑일까』도 다시 읽고 싶다. 알랭 드 보통은 그 현학적인 말투와 꼬아놓은 듯한 문장들 때문에 흐름을 종잡을 수 없어서 읽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사랑에 대한 철학적 고찰에 대한 이해를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했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소개하는 책이 독자가 이렇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이 책은 도끼 역할을 충실히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