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문학

[책 44, 45] 오래된 정원 상,하: 줄거리 짜맞추기도 재미있네

뚝샘 2014. 11. 14. 15:28



오래된 정원

저자
황석영 지음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 2000-05-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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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오현우는 70년대 말 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광주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가 실상을 알리기 위해 도청에서 빠져나온다. 이후 서울에서 지하에서 선전전을 조직하면서 광주의 실상을 알리다가 선이 끊겨서 지방으로 도피한다. 지방 도피 중에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던 한윤희와 만나 짧은 사랑에 빠져 행복한 생활을 보내지만, 지서에서 호구조사를 하는 통에 도피가 막바지에 처했음을 감지하고 서울의 가족들을 만난 후 여관에서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한다.

그리고 18여년의 감옥 생활 끝에 가석방된 현재 1999년에 광주의 동지들을 만나 재회하고, 한윤희가 3년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와 함께 지내던 갈뫼로 간다. 그곳에서 그녀가 남긴 편지와 일기장 등을 읽으면서 한윤희의 삶과 사랑을 느끼고, 자신과의 사이에 은결이라는 딸이 있음도 알게 된다. 일주일 동안 한윤희의 지난 삶을 더듬은 후에 한윤희의 동생인 한정희와 연락하여 그녀의 딸로 입양된 은결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과 한윤희의 지난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한윤희는 80년대 시골의 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중 오현우를 피신시킨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 유학생 출신의 지식인이었으나 해방 후와 전쟁 중에 빨치산이었고, 전향하여 풀려났으나 알콜 중독과 병이 있어 정상적인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윤희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장한다. 어머니는 아버지 대신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해 거친 시장 바닥에서 억척스럽게 자리지키면서 살아가느라 자식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는 못하고 살아간다. 

오현우와 만나서는 서서히 그의 진중함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되고,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그가 떠나야 하는 상황이기에 말을 하지는 못한다. 오현우가 떠나고 잡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범이기에 가족 이외는 면회와 편지는 할 수 없다고 하여 그와의 연락은 막힌 채로 그가 나중에 나왔을 때 읽을 수 있는 일기를 쓴다.

그가 떠난 이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시간을 보내다 아이가 한 번 크게 앓은 이후에 아이를 서울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서울로 온다. 그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 공부를 하면서 입시미술학원을 차려 생계를 꾸린다.

대학원에서 운동권인 송영태를 만나 가까워진다. 그는 광주의 참상을 알리고, 청년 학생 조직의 건설을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송영태의 일을 도우면서 둘은 가까워지고, 송영태가 고백을 하지만 한윤희는 거절한다. 이후 대학원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결심하고 89년에 독일로 간다. 그곳 대학에서 박사 공부를 하는 도중에 공학도 이희수와 만나 잠깐 사랑을 나누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루지 못한다. 뒤늦게 독일로 유학 온 송영태와 두 번째 만남을 갖고 교류하지만 깊이 있게 만나지는 않는다. 독일이 통일되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이념에 대해서 생각한다. 송영태와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하면서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하였고, 송영태는 여행의 말미에 북으로 가고, 한윤희는 귀국한다. 이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내다 자궁경부암으로 1996년에 죽는다.


2. 구성


줄거리는 위와 같이 시간 순으로 풀어썼지만 소설 속 구성은 좀 복잡하다. 현재와 과거가 혼재되어 있고, 서술자도 오현우였다가 한윤희의 편지였다가 하면서 오락가락해서 누가 말하는지 따져가면서 읽어야 했다. 처음에는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어렵지 않게 익숙해졌다.

시간이 겹쳐지는 장면들을 정리해 보았다.


1. 99년의 오현우가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

2. 99년의 오현우가 자신의 과거(70년대와 80년대)를 이야기하는 장면

3. 99년의 오현우가 한윤희의 편지나 일기장 속의 현재(80년대와 90년대)를 보는 장면

4. 99년의 오현우가 한윤희의 편지나 일기장 속의 과거 어린시절(60년대와 70년대)를 보는 장면


이 모든 장면은 2014년의 내가 읽고 있으므로 액자의 층위가 나름 복잡하지만 챙겨 읽으면 재미도 있다.


3. 역사 속 인물들


최근에 읽은 황석영 작품들에는 주인공들이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청』에서는 난징조약이나 제물포 조약, 『바리데기』에서는 런던 폭탄 테러,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독일 통일이 등장한다. 역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더라고 개인들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역사를 벗어난 삶은 있을 수 없음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다. 그의 이런 거시적인 안목이 그의 작품이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