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인문

[책 56] 내가 걸은 만큼만 인생이다: 청춘에게 보내는 발칙한 상상들

뚝샘 2013. 7. 13. 22:01



내가 걸은 만큼만 내인생이다

저자
강풀, 홍세화, 김여진, 김어준, 정재승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 | 2011-10-0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미안하다, 청춘! 행복해라, 청춘! 먼저 살아본 일곱 멘토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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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겨레21 인터뷰 특강 여덟번째 주제는 '청춘'이다. 이 시대의 청춘은 암울과 우울, 불확실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존재일텐데, 그들에게 선배들은 어떤 말을 해주는지 강연 내용을 책으로 담은 것이다.


만화가 강풀이 한 얘기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면 그건 고민이고, 간단하게 하면 그건 계획인 것 같아요. 그런데 청춘들은 항상 생각을 복잡하게 하는 거지요. 청춘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모든 고민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요. 해결 방법은 본인이 가장 잘 알아요.ㅣ 그런데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 어렵고 두려우니까 모르는 척하는 거지요. 이럴 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어요. "힘내."


청촌들이 하는 고민의 본질을 그대로 꿰뚫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겁지 않고 가볍지만 곱씹어보면 깊이가 있으면서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그건 그의 솔직함에서 나온다. 질문들 중에서 모르는 것들은 그냥 모른다고 하는 솔직함. 억지로 꾸며서 아는 것처럼 하지 않는 솔직함이 신뢰를 갖게 한다. 


전직 망명자 홍세화의 얘기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자기 생각의 근원에 대한 얘기였다.


내 생각, 가치관, 세계관이 나라는 존재를 규정할 텐데, 그것들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물을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모두 자기 생각을 갖고 계시지요. 그런데 그 생각을 내가 가지고 태너났나. 그건 아닙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생각과 욕망 체계를 내가 창조했나. 그것도 분명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내 삶을 규정하는 생각과 욕망 체계는 과연 모두 내가 선택했나, 그것 역시 아닙니다. 내가 주체적으로 형서했는가. 제도 교육을 통해 갖게 됐는가,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 흡수한 것인가 등등에 대해 점검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생각의 출처가 나에게서 비롯되었을 때, 아니면 적어도 바깥에서 흡수하고 남이 주입한 생각이 독서와 토론, 견문 등을 통해 균형을 이루었을 때 자기형성의 자유를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청춘들 중에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또 자기가 어떤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것을 원한다고 말한 것 뿐인 경우가 많다. 결국 자기는 존재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욕망만이 존재하여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찾으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딴지일보 종신 총수 김어준은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재치있게 얘기한다.


보통, 사람들은 나중에 행복해질 거라고 얘기해요. 지금이 아니고 나중에요. 행복은 적금을 들 수가 없는 겁니다. 이걸 예치했다가 나중에 인출할 수가 없어요. 그때 행복은 그때 고유한 겁니다. 24살에 행복하지 않으면 34살에는 24살의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어요. 지나갔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내일 하세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집중해서 하세요. 내일은 어떨지 몰라요. 과거는 절대 수정할 수 없고, 미래는 통제할 수 없지요. 현재를 상대하는 나의 태도만 결정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당장 해라, 뭐든지, 이 얘기입니다.


김어준 답게 현실을 교묘히 비틀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의 말투와 내용, 그래서 마음에 든다. 또 선택을 하지 못해서 갈등하는 경우 선택을 하는 공식같은 것도 얘기한다.


저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내가 어떤 걸 더 아쉬워할까, 어떤 걸 더 큰 비용으로 여길까. 내가 어떤 대가를 더 견디기 쉬워할까. 그리고 나머지는 비용인 거지요. 모든 선택은 그런 거지요. 선택하지 않으면 비용이에요. 둘 다 가지려고 하니까 선택을 못 하는 거예요. 세상에 그런게 어디 있어요. 사과를 먹으면 사과가 없어지는 거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선택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대가를 치르는 게 싫어서 어려운 거지, '대가를 지불해야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이렇게 마음먹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 대가를 지불하는 건 대부분 쉽지 않지요. 지불하겠다고 한다면 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당장 그냥 하라'는 말이 쉽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중략> ... 그러니까 자기가 원하는 게 무너지. 자기한테 어떤 게 더 큰 행복을 주는지, 자기가 그 행복을 선택하기 위해 어디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분명하면 고민은 되지만 선택은 할 수 있어요. 어디까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느냐는 나한테 물어보면 안 돼요. 자기한테 달린 거지요. 자기가 기꺼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배우 김여진은 소셜테이너로서 사회적인 발언과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느 부분이 인상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실제적인 경험과 깨달음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또한 영화감독 장항준도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로서 튀는 것을 넘어서 경계를 한참 넘나드는 상상력과 재담이 재미있었고, 그런 발칙한 상상력이 삶에 활력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책이 나오던 시기가 청춘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 시기였는데, 상투적으로 흐르지 않아서 괜찮은 것 같았다. 대신 강연자들이 예전에 했던 얘기를 또 하는 것은 이제 좀 식상하다.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