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복원/영화
[영화 13] 추격자: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은 영화
뚝샘
2008. 2. 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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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왜 이 영화를 봤나?
영화 『추격자』를 보았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주목할 만한 요소는 거의 없었다. 캐스팅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감독이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눈을 즐겁게 할만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가 스릴러라니...그래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잊혀가는 영화의 하나로 흘러갈 것 같았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재미있다고... 무슨 재미? 사람들은 재미라고 얘기했지만 아마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말하는 것었으리라. 배우, 감독, 화면은 주목받지 못할지라도 이야기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였다.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의 감동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봤다.
1. 나도 살해당할 수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직 경찰 출신 포주가 아가씨를 보내면 돌아오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겨서 범인을 쫓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스릴러지만 범인은 초반에 얼굴과 신분을 다 공개한다. 보통은 범인을 찾기 위해 관객과 수수께끼를 하면서 두뇌싸움을 벌이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그렇다면 감독은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갈 것인가? 이게 이 영화의 관건이다.
범인은 주인공의 추격으로 영화 중반도 되지 않아서 잡힌다. 그리고, 범행도 다 진술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해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 증거를 찾기 위한 작업이 중반의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시스템, 더 나아가서 사회 시스템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결국 범인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고, 주인공은 뒷북만 치다가 결국은 범인을 잡기는 잡는다. 그리고, 끝난다. 이부분에서 관객들은 소스라치는 전율과 공포를 느낀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무방비로 살해당하는 이장면에서 우리도 사회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살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살해된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모습이고 나일 수도 있다. 여기서 관객은 피살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2. 심정적 변화의 단계
관객들은 동시에 또다른 인물들에게 동일시하는데,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처음에는 여자들을 돈으로 생각하고 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을 찾지만, 찾는 과정에서 그는 여자들을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고, 생명으로 보고, 누구의 엄마로 보고, 가족으로 본다.
이 변화의 과정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즉, 처음 미진의 딸을봤을 때, 범인의 조카를 봤을 때,미진의 딸이 다쳤을 때,미진이 죽었을 때, 그 때마다 주인공은 변화한다. 이러한 가치의 변화가 머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정으로, 가슴으로 변하는 것을 관객들이 보면서 관객들은 또 자신을 동일시한다.
3. 『살인의 추억』을 넘어서
이 영화를 보면서 『살인의 추억』을 생각했다. 연쇄살인, 범인을 잡고자 하는 주인공의 욕망, 피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 등이 비슷했다. 특히 『추격자』에서 미진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은 『살인의 추억』에서 여중생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이 연상되어 살인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론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도 송강호와 박해일의 연기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피해자 앞에서의 모습과 경찰 앞에서의 모습이 상반되어 완벽한 이중적인 내면 연기를 보여준 하정우의 연기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4. 마무리
이야기의 완성도는 영화의 기본이다. 완성도 있는 이야기에 배우와 감독이 있고, 영상과 음악이 있는 것인데, 그런 영화들이 별로 없고, 그렇지 않은 영화가 오히려 흥행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방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기본에 충실한 영화를 만난 것은 한국영화의 수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