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접속/문학

[책 89]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못생긴 것은 죄가 아님을

뚝샘 2012. 12. 31. 09:00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예담 | 2009-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 옆에 들러리 선 우리의 자화상!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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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그밖의 여러 장르에서 주인공 여자, 혹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는 일단 예쁘다는 전제를 하고 이야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소설의 여자는 못생겼다. 그렇지만 남자는 여자를 사랑한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못생긴 것이 과연 그렇게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을 만큼 죄인지 묻고 있다. 못생기고 싶어서 못생긴게 아닌데 말이다.

 

솔직히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여자를 상상할 때 예쁜 여자를 상상했다가 '아, 이 여자는 못생긴 여자지."하면서 다시 상상하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소설을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읽게 되었다. 뭔가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는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나를 보면서 작가의 문제 의식이 나에게도 속하는 것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못생긴 여자에 대한 이야기 외에 소설은 Writer's Cut이라고 본 소설과는 다른 또다른 결말을 그리고 있다. 본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못생긴 여자와 독일에서 만나 결혼하고 유럽을 다니면서 행복하게 사는 결말인데, Writer's Cut에서는 주인공이 죽고, 동료 남자와 못생긴 여자가 결혼해서 주인공을 추억한다는 얘기이다. 작가가 결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두 개의 결론을 내리는 것도 괜찮은 방식인 것 같다.